Chapter Text
“여보! 내 좋은 넥타이 어딨어?”
카라는 마이크의 달걀을 뒤집으면서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가스렌지를 끄고 베이컨을 집으려고 손을 뻗으며 말했다. "옷장 안에 있지요, 여보. 당신 다른 넥타이들 바로 옆에요."
"글쎄, 내가 빨래 개어 넣은 게 아니잖아. 안 그래?" 마이크가 계단 아래로 소리쳤고, 카라는 한숨 쉬었다. 그녀가 넥타이를 전부 힘들여 손빨래 한 뒤에, 언제나 정확히 같은 자리에 넣어 놓는다는 사실을 그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헛된 노력인 것만 같았다.
마이크가 출근 복장으로 주방에 내려왔을 때 쯤, 카라는 이미 그의 아침을 접시에 담아 놓았다. 카라는 마이크의 뺨에 재빨리 가볍게 입 맞추며 접시를 건냈고, 바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마이크가 일단 일하러 나가면 시리얼을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카라는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정말로 그랬다. 좋은 집과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이 있었고, 그녀의 의무는 남편을 위해 스스로를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 전부였다. 집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마이크가 5시 45분에 집에 왔을 때 저녁 식사가 식탁에 확실히 올려져 있도록 챙기며 매일을 보냈다. 세상에는 훨씬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있다 - 결혼한 뒤에 바로 이사와 사는 옆집 부부들 같이 말이다. 그 집 남편은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질렀고, 가끔 그 집 부인은 파우더로 멍을 가리곤 했다. 마이크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그도 성질이 있긴 했다. 그리고 카라가 유행에 따라 옷을 새로 사지 못하도록 우기기도 했다. '그런 모던한 트렌드는 품위 있는 사회의 몰락'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심지어 카라가 더 작은 안경테를 새로 사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카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때까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쳇바퀴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27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삶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옷이 조여 오는 것 같고 매일매일 미소가 가짜가 되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져서 의사에게 몰래 저 새로운 피임약을 달라고 빌어야 했던, 아이를 갖자는 이야기를 남편이 끊임없이 꺼내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카라는 그 알약들을 그녀가 눕는 쪽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숨겨 놓고, 누가 찾아내는 날이 올까 두려워했다.
그냥 다... 괜찮았다.
카라는 마이크가 서류 가방과 도시락을 들고 문 밖으로 서둘러 나갈 때 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시끄러운 캐딜락 소리가 저 멀리 희미해졌다. 어깨에 긴장이 풀렸다. 폐에 숨이 모자라 불타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천천히 모든 숨이 빠져나가게 내쉬었다. 카라는 다시 숨을 들이마시다가, 우연히 주방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창문을 통해 옆집 차도에 큰 이삿짐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로운 이웃이다.
옆집이 매물로 나온 것이 엊그제 일 같았다. 그 집은 꽤 비쌌다 - 어쨌든 수영장이 있고, 그 거리에 있는 다른 대부분의 집 보다 두 배는 크니까 - 그럼에도 누군가 바로 그 집을 산 것이 분명했다. 옆집에 살던 가족들은 흥미로운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친절했다. 카라는 새로운 이웃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새 이웃이 어떤 사람이든 친절하게 대해야겠지.
카라는 치킨 카세롤을 만들면서 아침을 바쁘게 보냈고, 그녀가 제일 좋은 치마를 입고 옆집에 건너갈 때 쯤 이삿짐 트럭이 떠났다. 안쪽에서 큰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어딘지 그윽하고 잊을 수 없는 여성 가수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잘 들리게 문을 두드리면서 카세롤 접시를 단단히 고쳐 잡았다. 음악이 멈췄고, 발걸음이 다가왔다.
별 의미 없는 행동이어야 했다. 이건 카라가 이 교외 마을에 살아온 지난 4년 동안, 그곳으로 이사 온 가족들에게 수십 번 넘게 해온 일이었다. 그렇지만 별 의미 없는 평소와 같은 감정 대신, 카라는 뭔가 초조한 기대감을 느꼈다. 마치 지금이 중요한 순간인 것처럼, 집중해야만 하는 것처럼, 팔의 털들이 서는 것처럼 느끼며 기다렸다.
문을 연 여자는, 카라가 상상한 모습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젊었고 - 아마도 카라의 나이 또래 즈음 -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카라보다 키는 살짝 작았다, 특히 맨발이어서 더 그랬다. 카라는 그녀의 발톱에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런 게 흥미로워 보여서는 안 될텐데, 어쩐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스타킹은 보이지 않았고, 까만 슬립 드레스 자락까지 완전히 맨 다리였다.
가죽 벨트가 슬립 드레스 허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여자가 문에 기대서면서 긴 소매 자락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얼굴. 그녀는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날카로운 이목구비, 창백한 피부, 붉은 입술, 그리고 짙은 비단 같은 머릿결이 어깨 주변에 펼쳐졌다. 그녀는 카라와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약간 유행이 지난 걸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드레스를 입은, 단단히 올려 묶은 헤어스타일을 한 카라와. 이 여자는 글래머러스했다.
그녀는 여유로워 보였고, 세상 걱정에서 자유로워 보였으며, 스타일리시했다. 마치 카탈로그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아니, 심지어 모델보다 더 아름다웠다. 카탈로그의 모델들의 몸의 곡선은 이 여자의 절반만큼도 안 되고, 그들에게는 그녀의 미묘한 미소나 밝은 초록색 눈동자가 없으니까.
그 밝은 녹색 눈이 곧장 카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거의 떨어뜨릴 뻔할 만큼 깜짝 놀라서, 카라는 마치 금방 터질 것 같은 폭탄인 것처럼 급하게 접시를 내밀었다. 접시 위 은박지에 주름이 졌고, 그 여자는 눈썹 한 쪽을 올리며 선물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그냥 인사드리고 이웃이 되신 걸 환영하고 싶어서요." 카라가 불쑥 내뱉었다. 완전히 아무런 이유 없이 심장이 뛰었다.
여자는 미소지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결국에는 진실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카라의 손에서 접시를 받았다. "이건... 정말 다정하시네요. 동네에 환영 위원회가 있는지 몰랐어요."
"아, 위원회가 아니에요!" 카라가 코로 안경을 치켜올리면서 재잘대듯 대답했다. "그냥 제가 준비한 거에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길이 카라의 왼손으로 흘깃 내려갔다. 놀란 것 같진 않았지만, 어쩐지 살짝 실망한 듯 보였다. "음, 네, 만나서 반가웠어요, 미시즈..." 답변을 기다리듯 끌었다,
"엘리스! 마이크 엘리스의 부인에요."
여자는 소리 내 웃었다. 카라에게는 그 웃음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처럼 들렸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남편 분 성함을 여쭤본 게 아니에요."
"아!” 카라는 얼굴을 붉혔다. “카라...에요. 전 카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카라. 저는 레나에요." 레나가 손을 내밀었고, 카라는 살짝 땀이 난 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레나의 잡은 손은 흔들림 없었고, 카라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기 손이 악수하고 있는 손을 삼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카라는 자기 손이 여자 손으로는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걸 알았는데, 레나의 손은 거의 카라와 크기가 같았다.
그 생각은 카라를 혼란스럽도록 따뜻하게 했다.
손을 놓았을 때, 점점 조금 어색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 침묵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카라는 생각나는 첫 대화 주제를 꺼냈다.
"그럼! 남편분은 집에 계신가요? 다 자리 잡으시면, 같이 어울리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음, 퐁듀를 하거나, 아니면- "
"전 결혼 안 했어요."
카라는 그 대답에 올빼미처럼 동그랗게 눈을 깜빡였다. 레나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아직 누군가 낚아채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카라가 아는 사람 중에 그 정도 나이에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미국에서 첫 번째 여자 FBI 요원이 되느라 너무 바빠서 (적어도 카라에게 말하기로는) 로맨스에 신경쓸 겨를 없는 알렉스 언니 뿐이었다. 언니가 최근에 너무 비밀스럽게 행동해서, 카라는 언니에게 비밀 남자친구가 있는 게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이런, 마음대로 추측해서 죄송해요. 저는 그냥- "
"괜찮아요.” 레나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흔치 않은 일인 거 알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카라는 약간 내놓아진 기분이었다. 만약 레나에게 남편이 있다면, 카라가 레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마음 편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카라는 레나가 자기 시간을 지루한 주부와 보내고 싶어할 지 확신할 수 없었다.
문 옆에 있는 테이블에 카세롤을 내려놓고 팔짱을 끼는 걸 보면, 레나가 카라의 기분이 바뀐 걸 눈치챈 것 같았다. "있잖아요, 이웃 분 모두 알 수 있도록 이번 주말에 파티를 열까 해요. 남편분이랑 꼭 들르세요."
"아! 정말요?"
"물론이죠." 레나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웃었다. 그 움직임에 소매가 아래로 내려갔고, 카라는 레나의 손목에 작은 타투가 있는 걸 포착했다. - 서로 맞닿아있고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점점 더 작아지는 세 개의 원이었다. 이국적이고 놀라웠지만, 카라는 그 타투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카라는 한 번도 타투가 있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재니스 조플린을 빼면.
멍하게, 카라는 문신이 새겨진 살결은 그렇지 않은 곳과 촉감이 다를까 궁금해 했다. 그 생각은 두려운 만큼 매혹적이었다.
레나의 목소리가 카라를 그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생각들에서 현실로 불러왔다.
"그럼, 파티에서 볼까요?" 레나는 진심으로 기대하는 듯 보였고, 카라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간절히 둘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으면 하고 느꼈다.
"그럼요!" 카라는 벌써 뒤로 물러서 현관 계단을 내려 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되네요, 그럼 그 때 뵈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안녕히 계세요!"
자기 집 주방에 돌아와서야, 의자에 주저앉으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뻣뻣한 옷감 아래 걷잡을 수 없게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에 떨리는 손을 올렸다.
마이크의 팔짱을 끼고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은 채 사흘 뒤 카라가 처음으로 레나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 파티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조명은 어두웠고, 집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오르되르브를 먹고 술을 마시며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카라가 절대 실제로 어울리지 않았던, 더 색다른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레나의 수영장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소란스러웠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마이크는 혐오스럽다는 듯 비웃었다.
"스윙어들이 여기 모인 것 같네. 이 레나라는 여자는 누구를 초대할 지 좀 더 조심해야 해."
카라는 마이크의 팔을 잡아당기며 혀를 찼다. "친절하게 행동해요, 마이클. 레나는 그냥 모두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에요. 그녀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레나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카라는 사람들 속에서 레나를 찾으면서 마이크를 위해 맥주를, 자신을 위해서는 클럽 소다 한 잔을 집어왔다. - 레나가 어디 있는지에 카라가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가 연 파티에, 집주인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 것 뿐이었다.
마이크가 길 건너편에 사는 가족들과 수영장에 있는 무리들의 무례함에 대한 대화에 빠져들어 갈 때, 카라는 레나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조용히 양해를 구하고, 복도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음악과 불빛들이 덜 스며들어 그곳은 훨씬 조용했고, 카라는 차분히 숨을 쉬었다. 복도에는 문이 많았는데, 그냥 불쑥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가까운 문을 두드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 문이 열렸다.
그리고 카라가 매혹된 대상이 바로 뒤에 또 다른 여자와 함께 비틀거리며 나왔다. - 거리 아랫 쪽에 사는 갓 결혼한 루시와. 루시는 지나쳐 걸어가는 사람 누구에게든 매번 짖어대는 조그만 개를 키우는 여자였다.
루시의 남편 제임스는 수영장에 있다는 것을, 카라는 조금 걱정하며 생각했다.
루시는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 묶으면서 킥킥대고 있었다. 레나의 턱 아래쪽에는 어떻게 거기 묻었는지 정확히 확신할 수 없는 밝은 핑크색 립스틱이 묻어 있었다. 그들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서로 화장을 고쳐줬을까? 둘은 확실히 행복해 보였고, 물리적으로 가까워 보였다. 루시는, 카라 자신이 레나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방식으로, 레나에게 기대어 있었다.
카라는 거의 뭔가를 방해한 것 같이 느꼈지만, 레나의 눈길이 카라에게 닿았을 때, 얼굴이 확 밝아졌다.
“카라! 오셨군요!” 레나가 말했다, 그리고 카라에게 향한 그 눈부신 미소가 카라의 기억에 뜨겁게 박혔다.
“온 건 그 뿐만이 아니지.” 루시가 중얼거렸다. 레나가 숨을 몰아 뱉으며 루시의 어깨를 때리자 루시가 씩 웃었다.
“무신경하게 그러지 마.”
루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레나의 볼에 키스했다. ‘나중에 봐, 그러고 싶으면.“
립스틱 자국이 저러다 묻은 게 틀림없어. 벌써 둘이 정말 친해졌나봐.
루시는 카라에게 윙크를 남기고 떠났고, 카라는 어색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루시에 대해선 미안해요.” 레나가 말했다. 정말로 미안해 하는 듯 보였다. 카라는 사과를 가볍게 털어냈다.
“아, 그런 말 말아요. 좋은 분 같아 보이는데요.”
“확실히... 정열적이죠.” 레나는 뒷 쪽이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나저나, 어때요? 제가 초대했을 때 달아나시던 모습으론, 오실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어요.”
“아! 맞아요. 그 날 죄송했어요, 그냥- 오븐에 케익을 놓고 나온 게 기억났거든요. 너무 오래 굽지 않았으면 했어요, 아시죠? 케익 말라버리는 거요. 마이크는 마른 케익를 싫어하거든요.”
“저 분이 남편 맞죠?”
카라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레나는 카라가 자신을 마이크에게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하는 듯이 카라의 옆으로 돌아섰다 - 그렇지만 레나를 남편에게 소개한다는 아이디어는, 갑자기 완전히 세상에서 제일 최악인 것처럼 들렸다. 레나를 혼자만 가지고 싶었다. 자신만의 개인적인 친구로, 마이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단 한 명으로. 카라는 당황해서 레나의 팔을 잡았지만, 레나의 숨이 순간 멈추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놓았다.
“미안해요!” 카라는 손을 등 뒤로 맞잡으며 내뱉었다. “전 그냥- 우리 둘만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레나는 그 말을 바로 받아들여 끄덕였다. 이런 데 대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신선했다. 레나는 그저 미소 지으며, 마실 것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럼 그렇지, 레나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마자, 남편이 레나의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카라를 찾자 턱 근육에 힘이 들어갔고, 그는 카라의 팔을 꽉 붙잡았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어.” 마이크는 분명히 짜증이 난 채 말했다. “우린 집에 갈 거야.”
“하지만, 전- 저는 작별 인사를 해야- ” 카라가 항의했지만, 잡은 손은 억셌다.
“지금 갈 거야, 카라.”
카라는 코트를 천천히 걸쳐 입으며 남편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가기 바로 전, 뒤를 돌아 레나를 보았다. 레나는 베란다 입구에 서 있었다. 양 손에 와인잔을 들고. 슬퍼 보이기도 했고, 체념한 듯 보이기도 했다. 레나가 와인잔을 하나 카라를 향해 들어 보였고, 마이크가 등 뒤로 문을 닫기 전 카라는 간신히 손을 흔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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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는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정말 노력했다. 뭐라 규정 짓기 어려운 이웃을 잠깐이라도 볼 수 있을까, 주방 창문 밖을 거의 강박적으로 흘깃거리며 사흘을 보냈다. 하지만 아랫층에서는 울타리 너머가 보이지 않았고, 레나는 밖에 그렇게 자주 나가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한낮에, 빨래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옆집에 건너가는 것은, 그냥 터무니없는 일 같있다.
그럼에도, 카라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레나의 집 앞에 서 있었다.
레나는 파티에서 카라에게 향했던 것과 같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문을 열었다. 하얀 이가 드러나는, 눈꼬리에 주름이 잡히는 그 미소였다. 레나는, 오늘은, 짙은 붉은 색 바지와 실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다시 볼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참이에요.”
카라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풀 먹인 치마를 손으로 펴 눌렀다. 레나의 곁에서는 보통 그렇듯이 유행에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맞다, 죄송해요. 요 전날 밤 말이에요. 마이크가 집에 가고싶어 했고-”
“괜찮아요. 이해해요.” 레나가 옆으로 비켜서 손짓을 하며 말을 끊었다. “들어오세요. 마실 것 좀 가져올게요.”
빈 맥주 캔으로 어질러지지 않고 디스코 불빛이 번쩍이고 있지 않으니, 레나의 집은 달라 보였다. 깔끔했고, 압도될 정도로 하얬다. – 벽부터 카펫까지 완전히. 카라는 레나가 도대체 어떻게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커피, 차, 와인, 맥주? 캐비넷에 스카치 위스키도 좀 있어요. 아니면 섞어 드시고 싶으면 보드카도 -” 레나는 벌써 찬장을 열고 있었다. 유리잔들 옆으로 정말 놀랍게 진열된 술들이 드러났다,
“아, 이런, 차면 돼요!” 카라는 머리카락을 초조하게 매만지면서, 레나를 안심시켰다. 평소 같이 단단히 묶은 헤어스타일 대신, 오늘은 목 아래쪽을 둥글게 묶는, 좀 더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왔다 - 마이크가 아침에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이게 기분이 나았다. 좀 더 자연스게 느껴졌다. 카라는 레나가 눈치 채기를 바보같이 바랐다.
“정말요? 차에 위스키를 조금 넣을 수도 있어요.” 거절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그런 미소를 지으며 레나가 제안했다.
“그럼,” 마침내 아일랜드 식탁에 앉자, 레나가 말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알콜 차가 담긴 머그컵을 앞에 내려 놓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남편분이 제 파티를 그렇게 맘에 들어 하시지 않는 것 같아 보였는데.”
“아, 그이는 그냥... 그저 피곤했던 거에요.” 카라가 말했다. 스스로도 그렇게 설득력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레나가 카운터 탑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눈썹 한쪽을 올렸다.
“알았어요.”
카라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볐다. 그리고 나서 안경을 다시 쓰니, 레나가 자기를 강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여 깜짝 놀랐다.
“레나?”
레나가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해요. 그냥 궁금해서요.”
“뭐가요?” 카라가 물었다. 뱃속이 갑자기 죄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레나의 궁금증은 낯설면서 새로웠고, 카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완전히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은... 모르겠어요. 제가 만났던 그 어떤 사람과도 달라요.”
카라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자기 옷을 내려다보았다. 드레스에 꽃무늬 프린트를, 투박한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그것들이 이제 두 배는 의식 되었다.
“아, 알아요. 당신 옆에서는 할머니처럼 느껴져요.” 가볍고 대수롭지 않게 들리게 노력하며 말했다. “당신은 보그 잡지에서 막 걸어나온 것처럼 보이구요.”
레나는 카라를 안심 시키려고 카라의 손 위에 자기 손을 급하게 올려놓느라 차를 밀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에요! 맙소사, 그게 아니에요. 제가 말하려던 건-, 입은 옷을 안 좋아하세요?”
카라가 어깨를 으쓱 했다. “남편이 이런 옷을 선호해요. 어쨌든 전 한 번도 제 옷차림을 편안하게 느낀 적이 없는 걸요, 그러니 왜 싸우겠어요?”
레나의 얼굴에 뭔가 깨달음이 드리웠고, 카라는 왠지 거기에 쑥스러워졌다. 차를 과하게 크게 한 모금 마시다 혀가 대자 쉿 소리가 났다.
“미안해요, 카라.” 뜨거운 음료 때문에 카라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멈췄을 때, 레나가 마침내 말했다. “저는 당신이 그냥 그렇게 입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점에 대해서 정말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아.
레나는 카라의 옷차림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카라가 패셔너블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스워 보였지만, 레나가 정말 진심으로 말해서 카라는 그녀를 거의 믿을 뻔 했다.
“그럼, ‘다르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어요?”
“그건...” 레나가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눈썹을 찌푸렸다. “지난 주말에 이 마을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분들은 전부...”
“지루했다구요?” 카라가 레나의 말을 찾아 주었고, 레나는 깜짝 놀란 듯 크게 소리 내 웃었다.
“네, 사실이에요. 돌려서 말해보려고 했지만, 같은 생각이라 기쁘네요.”
그 짧은 몇 초라도 레나를 웃게 만든 것이, 어쩐지 카라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카라는 레나를 더 많이 웃게 하고 싶었다. 레나의 관심에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목마름을 느꼈다. 그리고 그 목마름은 좋게 표현해도 최소한 불안한 느낌이었다.
“남편은 그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저는 요리법을 나누는 걸 빼면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카라가 말했고, 레나가 애정을 담아 카라에게 미소지었다.
“그게, 당신은 그 사람들 같지 않아요. 그게 제가 말하려고 했던 거에요 – 당신은 흥미로워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죠?” 완전히 진심으로 레나가 물었다.
이제 카라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조명은 카라가 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레나가 나를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니. 레나가.
갑자기, 카라는 레나가 자신이 흥미롭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날이 올까 겁이 났다.
“잘 모르겠어요.” 불안을 머그컵으로 숨기며 카라가 더듬었다. 입이 화끈거리게 뜨거워서 이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마시던 차는 과일향이 나는 허브차였고, 맛이 좋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마치 카라가 작은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은 듯 레나가 말을 이었다. “글쎄요, 당신 남편은 어때요? 어떻게 그렇게 된 거죠?”
‘두 사람 어떻게 만났어요?’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 거의 가차없었다. 그러나 카라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고등학교 때 그이가 진지하게 만나자고 했고, 졸업하고 청혼했어요. 남편이 제가 집에 있기를 바래서... 그렇게 했죠.” 지금 입 밖으로 소리내 말하자, 그 솔직한 진실이 바보같아 보였다. 여기 레나 앞에서, 혼자 살고, 남편 없이 파티를 열고,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레나 앞에서. 그리고 카라는 청혼한 첫 남자에게 정착했기 때문에 식료품점이 아니면 어디에도 자기 차를 운전해 가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그 때는 그것이 그저 해야 하는 일처럼 보였다. 카라는 가끔 알렉스 주변에서도 자기가 바보같다고 느끼곤 했지만,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다. 왜인지 스스로를 레나에게 증명해야 할 것처럼 느꼈다.
“남편분이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바라죠? 그렇지 않은가요?” 레나가 조용히 말했고, 카라는 침을 삼켰다.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카라는 작은 가닥가닥 티백의 줄이 갈라질 때까지 티백 줄을 잡아 뜯었다. 레나는 이해하는 듯 보였다.
“알았어요. 다른 얘기해요. 음?”
레나는, 알고 보니, 프리랜서 사진가였다. 카라는 그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이 집을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카라가 물었을 때 레나는 단지 모호하게 손을 흔들며 ‘가족 재산’이라 말할 뿐이었다. 카라는 너무 과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레나는 세상에 대해서, 카라는 상상도 못 해본 경험들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아는 듯 보였다. 그녀는 입양되었고, 카라가 알게 된 바로는 레나의 가족이 최신 발명에 대한 일종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레나가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았고, 카라도 캐묻지 않았다.
레나의 작업의 결과물로, 그녀의 집은 액자에 걸린 사진으로 덮여있었다. 모두 레나의 카메라로 찍은 그 사진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것들부터 인물 주제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사람을 찍은 사진들이 가장 카라의 흥미를 끌었다. 그것들은 모두 가까이에서 보다는 멀리서 찍은 것들이었다. 레나는 행복한 사람들을 – 커플들, 개와 함께 있는 사람들, 놀고 있는 아이들, 서로 안고 있는 친구들 – 선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나가 그들을 프레임에 담는 방식에는 슬픔이 어려있었다. 피사체들은 멀었다. 만질 수 없었다. 그 사진들은 카라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갈망을 무심코 내비쳤고, 카라는 레나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카라가 옆 집을 거의 매일 방문하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레나가 언제든지 놀러 와도 환영이라고 말할 때까지, 카라는 레나의 문을 두들길 핑계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 방문 때마다 카라는 조금씩 더 레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둘은 친구가 되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카라가 바라던 것이었지만, 아직도 친구가 된 것이 꽤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카라가 해야 하는 집안일 리스트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들르는 나날들이 꾸준히 발전해 나갔다. 가능한 한 자주 새 친구를 웃게 하려는 노력의 나날들이었다. 레나는 카라에게 샴페인과 오렌지 쥬스부터 지미 핸드릭스 라는 이름의 재능 있는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것들을 소개해주었다. 카라는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모든 것들에 경탄했다.
어느 평범한 목요일 (레나가 몇 주 전에 일러준 대로) 노크하지 않고 급하게 레나의 집에 들어갔을 때 카라는 그런 새로운 것 중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하얀 종잇조각들과 박하잎처럼 보이는 것들에 둘러싸인 채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있는 레나가 보였다. 레나는 그 종잇조각 중 하나를 말고 있었다. 그리고 레나가 올려다 보았을 때, 카라는 그녀의 눈 밑에서 그늘을 볼 수 있었다. 레나가 진실되게 미소 지었다. 평소처럼 그녀의 얼굴을 밝게 밝히는 미소는 아니었지만.
“좋은 아침이야 카라. 같이 할래?”
레나가 뭔가를 카라에게 내밀었다. - 짧고 구겨진 담배 같아 보였다. 단서들이 조합되어 마침내 카라의 뇌에 불을 붙였고, 카라는 숨을 헉 들이마셨다.
“너 지금 뭐하는- 오 맙소사, 레나, 그거 마리화나야?” 카라가 낮게 윽박질렀다. 금방이라도 경찰이 문을 두들겨 밀고 들어올 것처럼 어깨 너머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그거 불법이야!”
“많은 것들이 불법이야, 카라.” 레나가 말했다. 갑자기 그 순간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레나가 잊고 싶어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린 것처럼. 레나는 남은 잎들을 작은 봉투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봉투를 묶어서 카운터 위 유리병에 넣었다. “싫으면 안 해도 돼. 나도 평소에 즐겨 하진 않지만, 힘든 밤이었고 화가 났었거든.”
“힘든 밤?” 레나가 고급스러운 소파로 움직이며 라이터를 켜자 카라가 물었다. 종이담배 끝이 발갛게 불타올랐다. 레나는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구름으로 모두 내뱉기 전까지 폐에 몇 초 동안 담아 놓았다.
“어머니가 전화했어.”
레나는 어머니에 대해 지나가듯이만 언급했지만, 카라가 알기로 그들의 관계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적대적이었다. 레나가 의지해서 살아가는 돈은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어머니는 무슨 이유에서든 레나가 그 돈을 가지길 원치 않았다. 카라는 통화가 결코 즐겁지 않았으리라 상상할 수 있었다.
“유감이야, 레나.”
“괜찮아. 이게 도움이 돼. 그리고 오늘 네가 날 보러 와서 기뻐.” 두 번째로 들이마시면서 레나는 벌써 훨씬 긴장이 풀려 보였다. 냄새가 이상하긴 했지만 담배 연기처럼 끔찍하진 않았고, 레나는 무모하거나 미친 듯 행동하지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그저 혼자 조용히 흥얼거리면서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나른하게 기대어 앉아있었다. 연기를 우아하게 일종의 흐름으로 뱉기 전에 머금고 있는 방식, 종이 담배를 문 레나 입술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라는 항상 마약을 진탕 노는 파티나 비트족과 연관지어 생각하곤 했지만, 레나는... 글쎄, 그녀는 레나였다.
레나는 아직까지 카라를 나쁜 방향으로 끌어간 적이 없었다. 그렇지?
“나도 해보고 싶어.”
레나가 한쪽 눈을 살짝 떴다.
“그래?”
“그래. 꽤 나쁠 거 없어 보이는데, 맞지?”
레나가 미소 지었다. 놀라 보였고 기뻐 보였다. “꼭 할 필요 없는 거 알지? 난 혼자 해도 괜찮아.”
“알아. 하지만...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레나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고 카라는 자신이 조심스럽게 관찰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침내 레나는 카라에게 불붙은 개피를 건내 주었고, 카라는 그걸 입으로 가져갔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레나의 입술이 닿은 부분은 – 벌써 붉은 립스틱 자국이 묻은 - 나머지 부분보다 따뜻해 보였다.
“작게 한 모금만 들이마셔, 처음에는. 아마 기침이 나겠지만 익숙해질 거야.”
카라는 입술에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기침이 났다. 연기는 조금 매캐했지만, 끔찍하지는 않았다. 마리화나 담배를 레나에게 돌려줄 때, 뭔가 해낸 듯한 느낌이었다. 카라는 마리화나를 피웠고, 스스로 민망한 상황도 만들지 않았다.
“달라진 점을 못 느끼겠어.” 카라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거칠었다. 기침 때문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레나가 한 모금 더 들이마시면서 소리 내 웃었다.
“몇 분 걸려.”
몇 분, 그리고 몇 모금 뒤에, 카라는 확실히 달라진 기분을 느꼈다.
피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살짝 더 민감하게. 그리고 모든 것이 조금 더 밝아졌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통제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라의 불안이 –그녀의 인생의 모든 면에,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존재하는 불안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상이 그냥 부풀었고, 레나는 카라를 올려다보고 미소지으며 카라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워있었다.
“너 진짜 예뻐. 그거 알아?”
얼굴이 심히 달아올랐다. 카라는 말을 더듬었다. “안 그래, 내 말은, 난- 난 그렇지 않- 내 말은, 너에 비하면-”
“아냐, 너 예뻐. 정말.” 레나가 손을 뻗어 카라의 안경을 얼굴에서 미끄러지듯 벗겨냈다. 안경을 접어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았다. 레나가 손가락으로 카라의 코를 만졌고, 그 작은 터치가 인생에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웃긴 일처럼 느껴졌다. 둘은 키득거렸다. 안경이 없어서 뿌옇게 보이니 모든 상황이 더 둥둥 뜬 것처럼 느껴졌다.
레나가 둘의 손가락을 얽고, 레나의 손 끝이 카라의 손바닥을 찌릿할 때까지 가볍게 훑자, 카라는 다른 방향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 느꼈다.
평소에 카라가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막는 뇌의 일부분이 작동을 멈춘 것 같았다. 그래서 카라는 레나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은 즉각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손가락으로 레나의 머리카락을 빗었다. 비단같은 가닥들이 피부를 간지럽히는 걸 느끼며 키득거렸다.
“머릿결 좋다. 너무 부드러워.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게 관리해? 내 머리카락은 절대 부드러워지질 않아.”
“너 헤어스프레이 쓰잖아.”
“넌 안 써?”
“놉.” 레라는 단어를 말하며 입술로 작은 팝 소리를 내었고, 둘 다 그 소리에 킥킥 웃었다.
“한 번도 이렇게 긴장이 풀린 적이 없는 것 같아.” 카라가 한숨지었고, 레나가 동의하듯 소리를 내었다.
“약에 취하는 게 그렇게 만드는 거야.”
“넌 이거 항상 해?”
“아냐, 자주 안 해.” 레나가 답했다. 레나의 손가락은 아직 카라의 손에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그냥 가끔. 이런 거에 중독되는 건 너무 쉽거든.”
“어떤 거?”
레나는 답하지 않았다. 카라는 계속 레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유일하게 그것만이 카라를 땅에 묶어두는 듯이. 카라가 레나의 두피를 손톱으로 살짝 긁었고, 레나가 작은 소리를 내었다. 예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 그건 높고, 살짝 목이 쉰 소리였다. 더 생각해보기 전에 레나가 목을 가다듬으면서 그 소리는 멈췄다.
그 짧은 일 초의 소리 조각이 카라의 마음에 달라붙었다. 그 소리를 다시 끌어내고 싶었고, 더 길게, 더 크게 만들고 싶었다. 카라는 알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 갑자기 그 순간이 조금 견디기 어렵게 느껴졌고, 카라는 레나의 냉장고 위 시계를 흘끗 올려다보고 시계가 3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카라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레나를 무릎에서 밀어내고 튀어 오르듯 일어섰다. “이런, 젠장, 이런, 몇 시간 전에는 집에 갔어야 했어- 저녁 해야 하는데-”
레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카라를 올려다보았다. 레나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라가 서둘러 문으로 향하면서 안경을 잡고 비뚤어진 채 얼굴에 쑤셔넣어 썼다.
“미안해, 레나, 그치만 집에 왔는데 저녁이 안 돼 있으면 마이크가 정말 화낼거야-”
“괜찮아.” 레나가 카라의 등에 외쳤다. 약간 멍해보였다. 레나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냥 마이크가 화를 내도록 내버려 두고 모든 것들을 내던지고 싶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걱정스러울 정도의 의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카라가 라디오를 듣느라 잠이 들어 식탁에 저녁을 차리지 않았던 지난번 싸웠던 기억이, 그 뒤에 마이크가 카라를 대했던 방식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마리화나가 불러온 안개도 뚫고 돌아왔다.
저녁을 차리는 데 평소보다 두 배는 손이 더 갔다. 가슴으로 알고 있는 조리법을 어떤 이유인지 부분 부분 까먹곤 했다. 레나의 부드러운 머릿결과 레나의 웃음 소리를 생각하면서 옆집을 창문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느라 자주 멍하게 초점이 나갔고, 거의 뭔가를 태울 뻔 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남편은 눈치채지 못했다. 카라의 눈이 붉다고 한 마디 하긴 했지만, 카라는 그저 양파를 썰었다고 말했다.
요리에 양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마이크에게 잊혀진 것 같았다.
카라는 다음 날 레나를 찾아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 행동이 모두 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스스로 더 부끄럽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었다. 대신 카라는 식료품을 사러 갔다. 레나가 세련된 명품 옷을 입고 우유 냉장고 뒤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내 불안한 느낌이었다.
자기 전까지 심각한 사건 없이 하루를 보냈다. 레나 없이는 하루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지만, 견뎌냈다. 장 본 것들을 전부 끄집어내고 정리하고 저녁을 짓고 설거지를 했다. 심지어 레나를 생각하지 않고 몇 분을 보내는 일도 해냈다. 최소한 마이크가 침대로 들어가고 단단히 묶었던 머리를 빗어 내려갈 때 까지는. 그리고 카라는 레나의 마당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침입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걱정하며, 카라는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건 그냥 풀장 옆에 서 있는 레나였다. 레나는 물 밑에서 올라오는 깜빡이는 낯선 조명에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옷을 한 겹 벗는 것처럼 보였다. 레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냥– 속옷을 입고 있었고-
그리고나서 레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완전히 아무것도. 레나는 벌거벗고 있었다. 카라의 빗질은 공중에서 멈춰버렸고,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태어난 날처럼 벌거벗은 채 수영장에 뛰어드는 레나를 보고 있는 동안, 카라의 다리 사이에 무슨 일 인가가 일어났다.
레나는 거의 걱정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물속에 머물렀다. 마침내 다시 물 위로 올라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기 전까지, 레나의 창백한 몸이 수영장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부드럽게 헤엄쳐 갔다. 레나는 잠시 선 채로 떠 있다가, 등을 눕히고 물 위에 누워 게으르게 물장구를 쳤다.
카라는 너무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카라가 너무 가까이 붙어 서서 그녀의 날숨에 창문에는 곧 김이 서렸다. 그저 바라보았다, 작은 부분까지 보려고 노력했다 – 카라는 물 위에 떠 있는 가슴의 윤곽만 볼 수 있었다. 레나의 머리 주변에 넓게 흩어진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더 아랫 쪽에 더 작은 검은 부분을, 레나의 다리- 오, 맙소사, 다리 사이-
그리고, 레나의 발이 수영장 얕은 쪽에서 바닥을 찾았다. 그녀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굴욕적이게도, 레나가 손을 흔들었다. 바로 카라를 향해서. 아마도 침대 옆 램프 불빛에 실루엣만 보일 카라 자신과 침실 창문 외에는, 레나가 손을 흔들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카라는 살면서 한 번도 그렇게 절망적인 창피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뻔뻔스럽게 이웃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기 수영장에서 벌거벗고 있던 이웃을.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던 것을 들켰다. 카라는 매우 숙녀답지 못하게 꺅 소리를 냈고, 창문 아래로 몸을 숙였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레나가 계속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다시 내밀어보고 싶었지만, 창문으로 보이는 시야에서 벗어나서 침대에 들어갈 때까지 기어가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카라의 뱃속이 조여왔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리고 왜 눈을 뗄 수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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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었더니 거의 골반까지 지퍼가 열린 붉은 롬퍼 차림의 레나 루터가 문을 두드린 것이었을 때, 충격이라는 표현도 모자랐다.
“레나!” 카라는 간신히 숨을 들이마셨다. 묶은 머리에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훔쳐 올렸다. 손에 아직 설거지 비누 거품이 남아있었고, 거품이 이마에 묻어 축축해졌다. “무슨- 너 여기서 뭐 하는-” 레나의 배꼽 바로 오른쪽에 작은 점을 볼 수 있었다. 그 점의 무언가가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보고 싶었어.” 몸매 대부분이 드러나는 차림으로 카라의 현관에 서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레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카라는 그 말에 조금 죄책감을 느꼈다. 레나를 찾아가지 않은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 레나는 심지어 전화도 했었다, 두 번이나. 거기에 카라는 너무 바쁘다고만 했다. 머릿속에서 창문 앞에 서서 레나를 지켜보았던 그 이상한 밤을 지울 수가 없었고, 레나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레나에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은, 카라를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다.
그냥 부산스레 굴다 걸려서 그런 것 뿐이야, 카라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훔쳐보았던 것이 민망한, 그게 다라고.
“그 동안 못 찾아가서 미안해. 그냥-”
“바빴다고. 알아.” 레나가 말했다. 어두운 구름 한 점이 잠시 레나의 얼굴을 지나갔다. 순식간이었지만, 카라는 그 조각을 잡아냈고 깊이 아팠다.
레나의 슬픔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기 때문에 슬픈 모습은 더. 카라가 그저 그 모든 일에 바보처럼 반응했던 것이다.
“미안해, 레나.” 카라가 긴장을 풀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진실되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 동안 나쁜 친구였어.”
“아냐, 괜찮아-” 레나가 손을 흔들고 넘어가려 했지만, 카라는 문을 더 활짝 열었다.
“들어와. 이번에는 내가 음료 대접해야지.”
레나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구두 굽이 리놀륨 바닥에 딸깍거렸다. 카라의 집 리놀륨 바닥에. 레나가 카라의 집에 있었다.
무언가에, 화려한 레나가 평범한 카라의 부엌에 서 있다는 점의 무엇인가에, 카라가 평소 너무도 비참하게 느끼며 살고 있는 공간에 서 있다는 점의 무엇인가에, 카라는 전신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가 그 동안 쭉 친구로 지냈는데 너네 집에 와 본 적이 없다는 게 안 믿긴다.” 레나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공간을 훑었다. 얼룩이 진 카운터 탑, 주방 테이블, 레나의 집 진입로를 마주한 창문을 바라보았다. 레나의 시선이 뭔가 날카롭고 뜯어보는 듯 했고, 카라는 목을 가다듬었다.
“너, 음, 집 구경시켜 줄까?”
카라는 거실, 복도, 손님 방으로 레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침실 문을 열었다.
“있잖아, 여긴 볼 필요 없을 거 같아. 그냥 침실이야, 그냥 평범한-” 하지만 레나는 벌써 안에 들어와 흥미롭게 둘러보고 있었다. 미끄러져 지나가며 침대 발치에 손을 훑었고, 레나의 손가락 아래 이불에 주름이 졌다. 레나는 창문 옆을 걸어 지나가면서 카라에게 짓궂은 미소를 던졌다.
그 표정이, 레나가 그녀의 침실에 있다는 사실과 함께 카라를 안달나게 했다.
마지막으로 레나는 옷장에 다가갔다. 카라가 아침에 옷을 입고 난 뒤 아직 살짝 열려있었다. 조심스럽게 레나가 그 틈을 열었고, 칙칙한 치마에 이은 칙칙한 치마, 뻣뻣한 드레스와 셔츠와 풀먹인 옷들을 엄지손가락으로 훑었다.
“너 정말 남편이 이런 스타일 좋아해서 이렇게만 입는 거야?” 레나가 물었다. 특히 따분한 무늬를 잡아당기면서.
“그이가 모던한 스타일을 안 좋아해.”
레나는 잡아당겼던 스커트를 옷장에 다시 돌아가도록 놓았다. 뒷꿈치를 축으로 돌아서면서 카라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카라는 레나의 드러난 배를 무례하게 바라보지 않으려 아주, 아주 심히 노력했다.
“좋아, 가자. 우리 쇼핑 가.”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카라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5분 만에 카라는 레나의 컨버터블 자동차에 타 상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멈춰 선 가게는 첫째, 카라에게 완전히 낯설었고, 둘째, 카라가 감당할 가격대를 심히 벗어나 있기도 했다. 마네킹들은 카라의 노란색, 갈색 옷들과 거리가 먼 밝은 색을 입고 있었다. 레나는 집에 있는 듯 편해 보였지만, 카라는 그에 대비되게 제 자리가 아닌 듯 느꼈다. 유행에 뒤떨어지고 지루한 사람으로.
“레나, 여기 내가 살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카라가 속삭였다. 가게의 모든 눈이 카라에게 향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레나는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레나는 그냥 카라의 손을 잡고 남자 옷이 전시된 곳으로 끌고 갔다.
“바보같긴. 너 돈 안 내.”
“뭐?” 카라가 숨을 헉 들이마셨다. 지금까지 본 가격표는 선물로는 완전히 하늘을 찌르는 액수였다. “안 돼, 오 하나님, 난 받을 수가- 우리 남성복 구역에서 뭘 하는 거야?”
레나는 푸른색 코듀로이 바지와 가벼운 하늘색 셔츠를 집으며 애정을 담아 눈을 굴렸다. “카라, 너를 위해 이 정도는 하게 해줘.”
레나는 카라의 팔이 한 아름 찰 때까지 옷을 집으며 복도를 돌아다녔고, 점원에게 탈의실로 데려가 달라고 손짓했다. 탈의실 안에는 큰 거울과, 등받이 없는 긴 의자, 그리고 접히는 가림막이 있었다. 양 팔 가득 옷을 든 카라를 가림막 뒤로 밀고, 레나는 격려의 끄덕임과 함께 기다리려 의자에 앉았다.
레나가 카라에게 건낸 옷들은 아주 종류가 다양했다. 치마 몇 벌, 드레스 한 두 벌, 그리고 남자 셔츠 두 개와 –폴로 셔츠 하나, 단추를 채우는 종류 또 하나- 함께 아주 많은 바지가 있었다. 카라는 왜 레나가 자기에게 남자 옷을 입어보도록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으쓱해 버렸다. 외출해서 보내는 하루이고, 재밌을 수 있었다. 그냥 오늘 하루만.
드레스와 치마들을 먼저 입어 보았다. 카라가 가진 옷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항상 느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 무언가 꽤 옳지 않는, 잘 맞지 않는, 유행에 뒤떨어진 느낌은 이제 아니었지만, 어쩐지 여전히 조금 불편했다. 레나는 드레스와 치마 차림새에 다 고개를 끄덕여 마음에 든다는 표현을 했다. 마지막으로 카라는 코듀로이 바지를 집었다.
“아직도 왜 남성복 파는 데서 이런 옷들을 골랐는지 모르겠어.” 카라가 가림막 너머로 외쳤다. “나한테 맞을 것도 아닌- ”
바지를 막 엉덩이 위로 끌어올리며 말하고 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바지가 완벽한 핏으로 다리를 감쌌다. 심지어 카라가 항상 너무 길고 근육이 많다고 느낀 다리에 여유 있었다. 바지는 좁은 골반의 모든 윤곽선에 별 다른 노력 없이 쉽게 들어맞았다.
“이건 그냥 나를 믿어봐. 직감이 있어.” 레나가 되받아 외쳤다. 처음 보는 것처럼 자기 다리의 형태를 제대로 내려다 보고, 카라는 레나가 슈퍼 파워를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카라는 바지의 짙은 푸른색에 맞춰 밝은 하늘색 버튼다운 셔츠를 골라 입고 바지 허리춤에 밀어 넣었다. 옷을 입을수록 점점 흥분이 커졌다.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 하지만 옷이 실제로 편했고, 카라 내면의 무언가가 레나의 반응을 보고 싶어 했다.
카라가 나오자마자 레나의 눈이 커졌다. 눈동자가 어두워졌고, 몸을 샅샅이 훑는 그 눈에 소름이 돋았다. 카라는 팔을 내밀고 살짝 한 바퀴 돌았다.
“어떻게 생각해?” 카라가 숨을 멈추고 물었다. 아직 돌아서서 거울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제대로 해냈다는 것을 레나의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말 없이 몇 초 동안 차림새를 응시한 뒤, 레나는 입술을 핥았고, 침을 삼켰고, 앞으로 다가왔다. 레나는 천천히 거의 브래지어가 드러날 만큼 카라의 셔츠 단추를 세 개 풀었다. 레나의 손가락이 잠시 카라의 윗 가슴 사이를 스쳤다. 카라는 어떤 이상한 종류의 에너지에 몸을 떨었다.
다음으로 레나가 안경을 벗겨, 카라는 눈을 깜빡였다. 시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레나의 얼굴이 여전히 또렷이 보였다. 하지만 보통 자기 전에만 안경을 벗기 때문에, 여전히 안경이 없으니 이상한 느낌이었다. 카라의 눈이 적응한 뒤 레나는 카라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둘의 얼굴 사이는 몇 인치 거리였다. 카라는 유혹에 거의 눈을 감을뻔했다 - 하지만 레나는 그저 카라의 머리를 올린 핀을 잡아서 빼냈다. 짙은 금발이 물결치면 흘러내렸다. 레나가 헤어 스프레이로 고정된 머릿결이 풀릴 때까지 금빛 머리카락를 손가락으로 빗었다.
레나의 손톱이 카라의 두피를 살짝 긁었다. 카라가 소파에 누워있던 레나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카라는 리놀륨 바닥으로 녹아들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마침내, 레나는 엄지를 천천히 카라의 아랫 입술에 가져다 대어 문질렀다. 립스틱이 거의 지워졌다.
카라의 삶에서 가장 이상하면서도 가장 흥분되는 한 순간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왜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자” 레나가 속삭였다.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이제 그렇게 답답하지 않지, 안 그래?”
레나의 안내하는 손길에 카라는 마침내 뒤돌아섰다. 다른 사람이 거울에서 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가 생각한 그대로, 바지는 그녀의 몸에 정말 잘 맞았다. 모든 선에 딱 붙었고, 카라는 한 번도 그렇게 드러난 듯, 그럼에도 그토록 편안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셔츠도 마찬가지였다 – 색은 카라의 눈을 더 빛나보이게 했고, 팔과 어깨는 이상하리만치 만족스럽게 타이트했다.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떠야 했지만, 그 표정은 사실 전반적인 효과를 더하는 결과를 낳았다. 카라는... 자신감 있어 보였다. 강해 보였다. 섹시해 보였다. 레나가 카라의 어깨 뒤에서 머리를 쏙 내밀었고, 카라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평소 입는 치마가 없으니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레나의 손은 달아오른 쇠처럼 뜨거웠고, 카라는 갑자기 레나의 차림새에 드러난 맨 살과 자신의 등 사이에는 단지 한 겹의 셔츠만 있다는 사실을 매우 의식하게 되었다.
카라의 몸이 소름으로 뒤덮였다. 그건 그저 옷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해?” 레나가 조용히 물었다.
“난...” 카라가 생각한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평생에 스스로 정말 자기 자신이라 느낀 건 지금이 아마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웃들이 뭐라고 할 수도 있겠네.”
레나는 웃었고, 어쨌든 카라에게 옷을 사주었다. 그 옷들은 카라의 옷장 바닥 상자에 담겼지만, 며칠마다 카라는 마이크가 직장에 있는 동안 옷을 꺼내어 입고 머리를 내린 채 욕실 거울에 자기 모습을 그저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예전 허물을 벗은 뱀처럼 느껴졌다. 뭔가 새로우면서 허물 아래로 속살 그대로인, 하지만 한없이 더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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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가 레나의 집에 갈 때 절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그건 두 쌍의 목소리였다. 레나에게는 카라가 아니면 거의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평범한 화요일, 레나네 문을 열고 아주 큰 남자 웃음소리가 레나의 웃음소리와 함께 울리는 걸 들었을 때, 카라는 놀라서 거의 바로 돌아 나갈 뻔 했다.
카라가 어떻게 할 지 정하기 전에, 레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 너야?”
이런.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게 분명했다. 레나가 손에 샹그리아를 들고 앉아있는 수영장으로 다시 향하는 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키니를 입고 있는 레나에게로. 레나가 손에 샹그리아를 들고 비키니를 입고 앉아있는 수영장으로. 레나가 비키니를 입은.
레나는 바닥까지 끌리는 길이의 꽃이 그려진 사롱을 입고 있었지만, 카라는 여전히 너무 많은 맨 살을 볼 수 있었다. 파라솔 밑에 앉아있는데도 맨 살의 창백함이 밝게 거의 빛이 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레나가 나체로 수영하던 모습을 본 그 날 밤 카라가 어떻게 느꼈는지에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느낌들을 불러 일으켰다. 레나의 부드러운 배에서 눈을 떼어내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주의를 돌리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레나의 친구는 작은 빨간색 수영바지를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오일을 발라 반짝거렸다. 레나가 그늘 아래 숨어있는 반면 분명히 그는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둘은 뭔가에 같이 웃고 있었고, 그 남자의 존재에 레나가 어찌나 즐겁고 편해 보이던지 카라는 다시 떠나고 싶은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레나가 카라를 먼저 발견했고, 손을 흔들어 부를 때 너무도 행복해 보여, 카라는 그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밀어 넣어야 했다.
“카라, 여기는 잭 스피어. 내 제일 오래된 친구 중 한 명이야.”
잭이 손을 내밀었다. 카라가 그 손을 잡자 그는 카라의 손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 마디에 드라마틱하게 입을 맞췄다.
“매력적이시네요.” 잭이 윙크를 하며 말했다. 둘이 그냥 친구라는 걸 알고 느낀 안도감도 카라는 모든 다른 감정들 위에 밀어 넣었다. 레나가 물어보지도 않고 잭의 술을 채워주는 모습이나 잭의 모든 농담에 웃는 모습에 잠깐 짜증이 나는 걸 포함한 다른 감정들 위에. 잭이 실제로 굉장히 재미있다 해도 말이다.
잭은 짜증나게 재미있었다.
잭은 정중했고, 영국인이었다. 잭이 레나와 상호작용하는 애정어린 방식에, 카라는 뱃속에 뭔가가 뜨겁고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방식에는 카라가 레나와 나눌 수 있기를 바랐던, 그렇지만 멍청하고 이상한 자기 감정들이 계속 길을 막았던, 그런 편안함이 있었다. 카라는 끼어들고 싶었다. 잭을 수영장에 밀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레나는 아마도 그냥 잭을 따라 물에 들어갈지도 몰랐다. 그리고 둘이 키스를 하거나 뭔가 다른 걸 할지도-
“그리고나서 그 남자한테 말했지, 나한테 키스하고 싶으면 적어도 담배나 뭐라도 있어야 한다고, 왜냐면 넌 싸구려 술같은 냄새가 나고 네 입에서 싸구려 술 냄새 맡는데 난 흥미 없으니까-” 잭이 킥킥거리며 레나에게 말했다. 카라의 뇌가 고장난 레코드처럼 긁혔다.
“잠시만, 그 남자요?”
잭이 눈을 깜빡이고 카라와 레나 사이로 왔다 갔다 바라 보았다. “네?”
“남자한테 키스해요?” 자기가 가장 느린 경주마인 것처럼 느끼며 카라가 물었다. 그저 놀라 너무 멍했다.
“거의 남자한테만 하죠, 자기,” 잭이 다시 윙크했고, 그가 인정하는 자신감이 거의 인정 그 자체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레나는 카라에게서 어떤 종류의 반응을 예상하는 것처럼 초조해 보였다. 카라는 자기 뇌가 바로 지금 이상한 공중제비를 돌고 있다는 것을 감추려 표정을 관리했다.
잭은 남자에게 키스한다. 짐작건대, 잭은 남자와 섹스할 것이다. 잭과 레나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카라는 혼란스러웠지만, 주로 그저 안심했다.
잭은 카라가 조숙한 아이인 것처럼 바라보며 웃었다. “아, 카라가 얼마나 놀랐는지 좀 봐, 착하기도 하지! 레나, 너 아직 말 안했어? 네가-”
“잭!” 레나가 매몰차게 말을 끊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카라가 놀라 뛰어오를 정도였다. 카라는 한 번도 레나가 이렇게 심각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화난- 레나의 턱은 이를 악물었고, 유리잔을 움켜쥔 손 마디가 하얬다. “하지 마.”
카라가 공기 중에서 안개처럼 어색함을 느낄 수 있었던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카라는 둘이 막 싸우려는 참인지, 자리를 떠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하지만 잭은 두 손을 올렸다. 바로 술이 깬 것 같았고, 진심으로 미안해 보였다.
“미안해, 자기. 생각이 짧았어. 나한테 와인 더 주지 마, 음?”
“뭐에요?” 둘 사이를 바라보며 카라가 물었다. 어떤 비밀이 둘 사이를 지나갔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게 뭐야?”
하지만 레나는 억지로 짓는 듯 보이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카라. 걱정 마.”
카라는 그 날 불편한 기분으로 자리를 떴다. 계단을 내려가다 한 걸음 잘 못 디딘 것처럼. 그리고 그 날 밤 카라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카라는 레나의 수영장에 있었다. 혼자였지만, 처음에는, 그 후에는 누군가 그녀의 뒤에 있었다 – 누군가가 가까이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나서 두 손이 카라의 골반에 올려졌다. 바로 예전 탈의실에서 처럼. 그리고 어떻게인지 카라는 보지 않고도 그것이 레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레나가 그녀의 뒤에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카라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보통 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옷을 갈아입는 중이거나 남편과 침대에 있을 때 벗었다. 둘 다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 하지만 지금 카라는 차분하고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거의 레나와 마리화나에 취했던 그 날 그랬던 것처럼. 레나의 손이 카라의 피부에 놓였고 카라는 레나의 향수를 맡을 수 있었다 (수영장 염소 냄새 너머로 향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거칠고 아주 익숙한.
“이제 그렇게 답답하지 않지, 안 그래?”
확실히 카라는 답답하지 않았다. 레나의 손이 가슴을 향해 움직여 올라왔다. 손길이 뭔가 짜릿하게 느껴졌고, 카라가 원하는 건 돌아서서 뭔가를 하는 것 뿐이었지만, 무얼 하고 싶은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카라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누구도 카라를 이렇게 만진 적이 없었다. 느리면서도 긴장을 풀려는 의도가 담겨. 카라는 예전에는 한 번도 이런 방식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손가락이 위쪽으로, 계속 위쪽으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막 움켜쥐려-
카라는 작은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언제나처럼 마이크가 깨기 전에 알람을 눌러 껐다. 단지 이번에 카라는 땀에 젖어있었고 떨고 있었다. 젖꼭지가 타이트하고 민감하게 느껴졌고, 다리 사이에 어떤 아주 의심스러운 고동이 느껴졌다. 꿈의 자세한 부분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듯 사라졌다 – 수영장이 있었고, 레나가 있었고, 무언가가 카라의 허벅지를 아주 미끈거리게-
마이크가 끙끙거리며 돌아누웠다. 카라는 놀라 침대에서 튀어나왔다. 카라는 마이크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기 전에 씻고 진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 꿈을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었다.
곱씹을 이유가 없었다, 어쨌든.
